첫 회사는 시가총액 약 300억 ~ 500억 원 정도의 작은 중소기업이었습니다.
약 5년을 다녔습니다.

첫 3년은 회사 생활에 적응하느라 딴생각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만..
적응하고 나니 딴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좋은 회사는 없을까?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어쩌면 나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닐까?
다른 세상이 너무 궁금하다.

인생에서 용기를 냈던 때가 몇 번 있습니다.

회사 그만둔다는 말을 하는 게 어찌나 어렵던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도 두 달 가까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꼭 얘기해야지,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다짐했습니다만..
목구녕까지 올라왔다가 내뱉질 못하고 하루가 지나곤 했습니다.

다른 회사를 찾아보지도 않았습니다.
회사에 말도 안 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건 너무 얍삽하잖아?

다음 회사도 안 알아보고 퇴사를 하겠다니..
불러줄 사람도 하나 없으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큰 용기였습니다.

‘어쩌면 새될 수도 있다.’
‘대기업 다 떨어지고 오히려 더 후진 회사로 갈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얼마나 조롱을 받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두려움에 떨었거든요.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대기업 가면 좋은 줄 아냐.
밖에서나 좋아 보이지 안에 들어가면 다 시궁창이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시궁창이어도 좋으니 한 번 가보고 싶은 걸.’

아는 사람이 없으니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 개의 회사에 지원해서 결국 대기업에 갔습니다.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만…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나는 이 공장의 부품이 아니라구.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나 좀 놔두라구.

잠깐의 대기업 생활을 경험하고 다시 작은 회사를 찾아 떠났습니다.
실패한 결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선망이 사라진 건 이때의 용기 덕분이니깐.
만약 계속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대기업이란 곳에 너무 가보고 싶어.
거기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회사를 가도 다 시궁창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대로.
시궁창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입니다.
혹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회사가 있다면…
직원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는 회사일지 모르니 조심하세요.(웃음)

이걸 알게된 것도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좋다고 떠드는 회사가 있어도 잘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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