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같은 회산데 뭘 그래
어차피 같은 회산데 뭘 그래.
이름만 바뀌는 것뿐이잖아.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
NHN(현재 네이버) 소속이던 저희 팀은 NBP로(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플랫폼 팀들을 NBP에 모은다고.
오잉? 이게 뭔 소리?
“혹시 그린팩토리에서도 나가야 하나요?”
“서현역 퍼스트타워로 이사한다.”
팀 사람들 몇몇은 불만이고 몇몇은 반기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각자 상황이 다르니깐.
저는 불만을 가장 많이 표현했습니다.
난 그린팩토리가 너무 좋은 걸.
왜 갑자기 다른 데로 가라는 거야.
“전 안 갈래요.”
“야. 회사에서 내려온 지침인데 나더러 어쩌라는 거니?”
“하여간 전 안 간다고요.”
“그럼 우리 팀 17명 다 가는데 너 혼자만 여기 남아있을래?”
“네, 전 여기서 혼자 일할 테니깐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하아…”
팀장님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도 답답했습니다.
팀장님이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냥 투정을 부린 것뿐.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어차피 같은 회산데 뭘 그래.
이름만 바뀌는 것뿐이잖아.
글쎄… 진짜 같은 회사인가?
법률적으로 나는 완전히 퇴사하고 다른 법인에 들어가는 건데.
법인도 다르고 건물도 다른데 왜 같은 회사라 하는 거지?
게다가 제 생활패턴에도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녁 7시가 되면 구내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7시 40분 셔틀버스를 타고 퇴근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가방을 내려놓고 곧바로 운동.
그다음에 씻고 편히 휴식. 그리고 책을 읽다가 잠들었습니다.
이 패턴이 너무 좋았습니다.
살면서 처음 자리 잡힌 소중한 루틴이었습니다.
몸도 건강하고 머리도 맑았습니다.
한 순간에 이 패턴이 깨져버리게 됐습니다.
구내식당이 없으니 저녁밥을 먹고 셔틀버스를 탈 수가 없었습니다.
식당에서 먹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셔틀버스는 7시 40분에 떠나는 걸.
집에 돌아가면 밤 9시가 되는데 그때 밥을 먹어야 하나?
어머니도 고생하시겠는걸?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분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결정에 의해 왜 내 생활 밸런스가 깨져야 하지?
내 의지로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을 찾아온 건데.
이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네.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것인가?
저는 안 가겠다고 강력히 표현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이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내 의견은 너무나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
불평을 오래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좋은 회사가 없나 찾아봤습니다.
카카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돌아보니 행운이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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