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할 때마다 새로운 세상
첫 직장은 이스트소프트였습니다.
알툴즈를 만드는 회사.
5년 정도를 지내며 문득문득 드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혹시 내가 모르는 더 넓은 세상이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나는 우물 안 개구리일 수도 있잖아?
대기업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회사로.
도대체 어떤 세상인지 나도 보고 싶다구.
어떻게 이직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일단 퇴직부터 했습니다.
그리고 이력서를 썼습니다.
네이버, 다음, SK컴즈, 엔씨소프트, 넥슨 뭐 이런 곳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IT회사들.
그리고 네이버로 이직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새로운 세상이었던 것은 확실했습니다.
세상에 Java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코드는 전부 Linux에서 실행되었습니다.
윈도우 프로그래머였던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은 윈도우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코드 환경만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동문을 지나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주는 스튜어디스 같은 안내 직원들.
몇 층으로 갈지 눌러야 할 버튼이 없는 이상한 엘리베이터.
회사인지 연회장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바글거리는 카페테리아.
편하게 똥 싸라는 배려인 건지 화장실에도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는 회사.
이런 세상이 있었다니.
세 번째 회사인 카카오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모두가 맥을 쓰도록 강제하는 회사.
나이가 많든 적든 허물없이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는 회사.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고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전체 게시판을 통해 일을 하는 회사.
새로 들어온 신규 입사자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카카오톡 전체 시스템을 배포해버릴 수 있는 회사.
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이직할 때마다 신기한 세상을 마주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적응해가면서 저는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몇 번의 회사들을 거쳤습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간다는 건 항상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돌아보면 다 좋았습니다.
가끔 생각해봅니다.
만약 한 회사에서만 계속 있었다면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여전히 코딩을 하고 있을까? 돈은 많이 벌었을까? 결혼은 했을까?
글쎄요, 잘 상상이 안됩니다.
아마 지금보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았을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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