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동기 프로그래밍을 하나요?
“왜 비동기 프로그래밍을 하나요?”
“쓰레드 수를 줄이려고요.”
다른 회사들은 어떨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5년간 다니던 첫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봤습니다.
2011년 3월.
지하철을 타고 시청인가 충정로인가에 갔습니다.
살면서 갈 일이 거의 없던 강북은 신기한 풍경이었습니다.
기찻길 같은 것도 보였던 것 같고.
고즈넉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세 명의 면접관이 들어왔습니다.
면접관 중 한 명이 저를 보고 대뜸 말했습니다.
“혹시 누구(이름이 기억 안 남) 닮았다는 말 안 들었어요?”
“네? 그게 누구죠?”
“그 개콘에 나오는 누구 있잖아요. 야 똑같이 생겼지 않냐? ㅋㅋㅋㅋㅋ”
셋은 서로 쳐다보며 컥컥컥 웃었습니다.
‘이런 씹쌔들이…?’
시작부터 기분이 상했습니다.
대기업이은 원래 이런 건가?
기분이 나쁜 채로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30개 정도 질문이 적혀있는 A4 종이를 건네받았습니다.
그 질문들을 읽어보며 하나씩 대답해 보랍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들이었습니다.
C++, STL,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에 관한 질문들.
별 생각할 것도 없이 슥슥 읽어가며 빠르게 대답했습니다. 한 5초에 하나씩?
“아니 아니, 그렇게 빨리 대답할 필요 없어요. 천천히 하셔도 돼요.”
저는 계속 빨리 대답했습니다.
난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구.
다음 차례로 손코딩을 해보랍니다.
파일시스템을 순회하는 코드를 짜보라 했던 것 같습니다.
재귀함수를 만들어야 했는데 칠판에 코딩하려니 힘들었습니다.
뒤에서는 듣기 싫은 말투의 지적질과 질문들이 계속 날아옵니다.
땀이 뻘뻘 납니다.
손코딩으로 이런 걸 시키냐. 지들이 나와서 해보라지.
어찌어찌 손코딩 면접이 끝이 났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아마 대강은 맞았지만 컴퓨터에 넣고 돌려보면 틀린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면접관이 몇 가지 질문들을 더했습니다.
질문하고 대답하고를 반복하다가 면접관 중 한 명이 물어봅니다.
“왜 비동기 프로그래밍을 하나요?”
“쓰레드 수를 줄이려고요.”
면접관들이 술렁거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질문한 사람은 드디어 건수를 잡았다. 하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이…그건 아니죠…”
저도 아차 싶습니다.
너무 성의 없이 말해버렸나?
다시 말합니다.
“놀고 있는 쓰레드를 최소화하고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비동기 프로그래밍을 합니다.”
면접관은 다시 한숨을 쉽니다.
“에이…. 그게 아니죠.”
저는 물었습니다.
“그럼 왜 비동기 프로그래밍을 하는데요?”
면접관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습니다.
“아이… 쓰레드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니죠…”
“그러니까요. 그럼 왜 비동기 프로그래밍을 하는데요?”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설마 비동기 프로그래밍이 더 쉬워서라는 말을 하진 않겠지.
UI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같은 소리를 하려나?
UI를 멈추지 않게 하는 건 비동기 프로그래밍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구.
가만 근데 이건 서버 면접이잖아?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면접관은 결국 제 질문에는 답을 해주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좀 더 생각해 보세요.”
와, 자기 생각은 말도 못 하는 주제에.
드럽게 치사하다.
마지막으로 본인들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랍니다.
“혹시 제가 회사에 들어가면 지금 여기 계신 분 들하고 일을 하게 되나요?”
면접관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푸하.. 아니 그건 당연하죠. 그럼 우리랑 일 안 하면 누구랑 일하겠어요 네?”
대답을 들으며 꼭 합격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합격하면 너네 꼴 보기 싫어서 안 간다고 인사팀에 말해야지.
며칠 지나서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아, 면접 결과가 나왔구나.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인사 담당자가 예쁜 목소리로 알려줍니다.
“안녕하세요. 김재호 님은 아쉽게도 면접에서 탈락하셨습니다.”
하아.. 참나. ㅋㅋㅋ
제 경력동안 4번의 면접기회가 있었습니다.
3번은 붙었고 1번은 떨어졌습니다.
이 회사가 유일한 1패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굴욕적입니다.
그래 상관없어. 어차피 안 가려고 했잖아.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좀 열받습니다. ㅋㅋ
도대체 면접관이 하고 싶었던 말은 뭐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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