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면접을 보면서 굴욕 당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저 또한 친절한 면접관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상대방의 외모를 놀리는 얼간이 짓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까칠한 질문들을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퍼부어대곤 했습니다.
좀 무서워 보였을 수도, 기분이 나빴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술 면접에서 이 정도의 긴장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글쎄요, 좀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까?
모르겠습니다. 면접은 너무 어렵습니다.

다만 한 면접 때 크게 실언을 한 일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저는 세 명의 면접관 중 한 명으로 앉아 있었고 한 친구를 면접 보고 있었습니다.
똑똑한 친구였습니다.
질문에도 대답을 잘했습니다.
그간 해본 것도 많고 열정도 강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이미 합격을 주고 있었습니다.

면접이 끝날 때쯤 면접관 중 누군가가 꿈이 뭔가요?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는 나중에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에 기여하면서 살고 싶다고 대답한 것 같습니다.

그때 제 실언이 터져 나왔습니다.
“꿈이 크시네요.”

면접관 모드의 시니컬한 말투와 표정을 버리지 못한 채로 말했습니다. 마치 비꼬는 듯이 들렸을 겁니다.
면접을 보던 분도 놀라고 옆자리의 면접관은 저를 툭 치며 지금 뭐 하냐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아, 이런.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멋진 꿈이네요.”라고 말했어야 하잖아, 이 등신아.

저는 해명을 하긴 했지만..
당황해서 횡설수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분에게 제 마음이 잘 전달된 건지 알 수가 없는 채로 면접이 끝났습니다.

그분은 합격해서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찾아가서 그때의 일을 사과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않은 게 후회됩니다.

얼마 전 그분이 창업을 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봤습니다.
서비스가 커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기쁘기도 하고 그때의 일도 생각이 났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본다면 확실하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제 말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ㅠㅠ
멋진 꿈을 이뤄나가고 계신 것 같아 기쁩니다. 응원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