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것은 나뿐이었다
며칠 전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데모데이에 다녀왔습니다.
무료 행사인데다 장병규 의장님이 키노트를 한다길래, 바람이나 쐴 겸 절친과 다녀왔답니다.
오랜만에 젊은 창업가들의 에너지도 느끼고 좋은 이야기도 듣고 왔습니다.
키노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컴포트 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장병규 의장님 자신도 계속 컴포트 존을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고, 그렇게 할 때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는 말.
사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오래전 카카오의 브라이언이 NHN을 떠나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저는 컴포트 존에 관한 이야기를 그때 처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잘하고 있고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을 떠나서 다시 도전한다는 것.
그 말이 저에게는 꽤 큰 영향을 줬습니다.
회사에서 일이 익숙해지고 편해졌다 싶으면 또 다른 도전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 1인 개발자로 10년 가까이 돈을 벌고 살고 있는 건 그때 했던 도전들이 거름이 된 것이 분명합니다.
편해진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불편함을 기꺼기 찾아갈 용기와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오래 흘러 다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습니다.
컴포트 존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밖으로 나가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인생이 어디 있냐는 오만한 생각을 하면서요.

어린 창업가들의 발표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다들 너무 자연스럽게 영어를 하는 겁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영어가 그냥 기본이구나.
처음부터 세계를 무대로 생각하는구나.
외국인 창업가들이 한국에서 창업하고 발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강남역이든 코엑스 앞이든 어딜 가도 외국인들이 참 많아졌다고 느끼는데…
행사장 안에서도 그랬습니다.
말로만 듣던 글로벌 세상이 갑자기 눈앞에 툭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심사위원들의 질문 시간.
외국인 창업가에게 질문해야 하는데, 저는 당연히 통역을 쓸 줄 알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나이가 좀 있으니까.
그런데 웬걸.
너무나 유창한 영어로 질문하고 답변을 주고받는 겁니다.
젊은 사람들만 달라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네. 허허…
늙은 것은 나뿐이었구나.
어느새 옛날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늙은이가 되어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아이들 교육도, 저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편하게 바람이나 쐬러 갔다가 되려 불편해져서 돌아왔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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