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때 처음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딩을 더 잘하고 싶어서.

어느 순간 주변에 물어보는 것보다 스택오버플로우를 더 많이 찾게 되었습니다.
보물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스택오버플로우에 Windows 프로그래밍 질문을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영어로 글을 쓸 수가 없으니까.
옆에 있는 동료에게 부탁해서 질문을 올리곤 했습니다.

그게 답답했습니다. 이걸 남의 도움을 받아서 해야 하다니.
내 힘으로 하고 싶다. 실컷 물어보고 실컷 답변 받고 싶다.
이 보물들이 다 공짠데 이걸 못 주워 먹고 있단 말이야?

그게 영어 공부의 동기였습니다.
Basic Grammar in Use라는 문법책을 사서 점심시간이나 잠들기 전 짧게 공부를 했습니다.
하루에 20분?

Grammar in Use books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중학교 영어부터 완전히 처음부터 혼자 공부하는데… 얼마나 즐겁던지.
이 재밌는 걸 왜 학교 다닐 때 안 했지?

Grammar in Use 책으로 공부한 사람은 많아도 그걸 끝까지 다 본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저는 결국 끝까지 다 봤습니다. Basic과 Intermediate 두 권 다.

이후 스택오버플로우에 간단한 질문 정도는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이 물어보고… 많은 답을 얻었습니다.
진짜 이 영어가 통하나 궁금해서 미국에 혼자서 여행도 가보고…
(잘 안 통했습니다 ㅋㅋ)

에어비앤비 운영도 해보고… 슈퍼 호스트도 꽤 오랫동안 했는데…
저렇게라도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경험은 못해봤을 겁니다.

그리고는 만족해 버렸습니다.
이전의 나보단 훨씬 나아졌잖아? 이 정도면 됐지 뭐.
그렇게 10년 넘게 공부를 안 하고 살았습니다.

요즘 비즈카페팀에서 번역해 주는 영상을 많이 보고 배웁니다.
와 너무 좋다… 세상엔 멋진 사람들이 정말 많아.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번역 없이는 저런 영상들을 전혀 볼 수 없는 제 모습을 보면서…
28살 때의 감정을 다시 느꼈습니다.
내 힘으로 하고 싶다. 내가 보고 싶은 걸 실컷 찾아보고 싶다.
이 보물들이 다 공짠데 이걸 못 주워 먹고 있단 말이야?

간단한 생활 글쓰기와 영상 하나를 듣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나 봅니다.
전혀 들리지가 않거든요. 이걸 극복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AI가 나중엔 다 해줄 거라는 나약한 생각도 자꾸 들지만…
도전해서 얻어내는 것이 훨씬 기쁠 것 같습니다.
제 스타일대로.. 매일 조금씩, 꾸준히 훈련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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