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과하는 일
퍼블리 창업자 박소령님의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재밌게 읽고 북토크도 다녀왔습니다.
저는 커리어리에서 큐레이터로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큐레이터 제안을 받고 몇 번의 주고받는 메일과 계약서가 오가는 과정에서 회사에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메일을 여러 번 주고받았습니다.
제가 염려할 만한 일들을 미리 말해주는 배려심과 섬세함.
다시 읽어봐도 따뜻하고 배려가 돋보이는 메일
이런 회사들이 잘 되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메일을 써주신 분은 1개월 뒤에 갑작스레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퇴사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구조조정을 당한 걸까? 하고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에서 보니 날짜가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2022년 11월의 두 번째 레이오프)
회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큐레이터들과 커뮤니케이션하다가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너무 끔찍해서 상상을 이어가기가 어렵습니다.
리더라는 자리는 얼마나 고통스러운 자리인가.
이 어렵고 무서운 일을 하기 싫어서 내가 이렇게 혼자 1인 개발을 하고 있는 거였지, 하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일도 떠오릅니다.
커리어리와 퍼블리 사업의 막바지에 창업자인 박소령님이 직접 정산 메일을 보내준 일입니다.
회계를 담당하는 친구도 그만두고 이제 아무도 남지 않은 건가?
그럼에도 창업자가 꼼꼼히 다 챙기고 책임을 다하려 애쓰고 있구나.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북토크 말미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봤습니다.
거의 매일 전국 여기저기 북토크를 다니며 얼마나 힘들까? 이렇게까지 고생하면서 북토크를 다녀야 하나?
기왕 책을 썼으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와, 멋지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 제 부족한 모습도 다시 한번 반성했습니다.
책을 써놓고는 마무리는 편집자에게 다 떠넘기고 북토크든 유튜브든 출연하기 싫어했던 제 모습.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다시 책을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보자 하는 마음을 먹으며 북토크 장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아니!?
정말 우연히도 뒷자리에 제 책의 편집자님이 와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 텔레파시가 통했나?
저도 놀라고 편집자님도 놀라고.
조금 전에 했던 생각 그대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며 편집자님과 잠시 담소를 나눴습니다. 😁
집에 걸어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솔직하고,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라 불려야 하는 것 아닌가?
저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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