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서 이주째 지내고 있습니다.
장인 장모님이 긴 여행을 가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를 봐주러 왔습니다. 혼자서.

광안대교 야경

엄청 좋을 줄 알았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열심히 코딩을 하는 거야. 글도 많이 쓰고.
오랜만에 혼자 있는 시간인데 최선을 다해 집중해 보자.

집중은 개뿔.
코딩은 하기 싫어서 계속 늘어져 있고..
강아지 산책시키러 나가야 되는데, 그것조차 귀찮아서 계속 시간을 끌다가 겨우 다녀오고 합니다.
밥 먹으러 나가는 것조차 귀찮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렇게 이주가 흘러버렸습니다.

올해 최악의 2주는 지난 2주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가만히 있는 게 절대 좋지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뭔가를 할 힘도 없어. 무기력하고 스스로가 한심한 기분.

혼자서 뭘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시간이 왕창 주어지면 뭐든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생각처럼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혼자 일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다른 경쟁자들도 무섭지만 그보다 내가 더 무서워.
나의 이 게으름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거든.

오늘 아내와 딸이 드디어 해운대로 왔습니다.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아내와 딸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 이제야 알겠다.
그동안 혼자서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가족들의 지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는걸.
그게 동기 부여가 됐었구나.

결혼을 안 한 채로 혼자 살다가 회사 그만두고 1인 개발했더라면 쫄딱 망했을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스스로가 어떤 타입의 사람인지 궁금하면 회사 1주일 쯤 휴가내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서 글쓰기나 코딩을 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혼자 일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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