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이 장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갔습니다.
저는 일주일 동안 집에 홀로 남아 있습니다.

와, 오랫만에 얻는 완전한 자유구나.
이 시간을 뭘하면서 보내지? 빡세게 뭔가를 만들어볼 좋은 기회잖아!

이렇게 완벽한 자유 상태일 때 저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성실하거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밥 먹기도 귀찮아서 밥도 잘 안 챙겨먹고, 컴퓨터 앞에 앉는 것도 싫습니다.
누구를 만나러 가는 것도 싫고요. 씻는 것도 싫습니다.
운동은 한 번도 안 했습니다.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었던가?

사실 몇 년전 부산에 갔을 때 똑같은 일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보름 동안 죽어라 일하려고 계획했는데 일하기가 어찌나 싫던지…
침대에 며칠 동안 누워만 있으면서 저의 본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으른 인간이라는 걸.

그저 가족들 앞에서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일했던 것뿐.
어쩌면 회사 다닐 때 열심히 일했던 것도 제가 성실하고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옆자리에 누군가 있어서 아닌가?
주위 동료들에게 인정 받고 잘 보이려고. 칭찬 한번 더 듣기 위해서.

1인 개발의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 완전히 나홀로 상태가 되어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1인 개발을 시작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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