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컴퓨터는 삼보 트라이젬
두 번째 컴퓨터는 486DX2-50 이었습니다.

1994년 여름, 삼촌이 컴퓨터를 사준다 해서 용산전자상가에 갔습니다.
이렇게 설렐 수가.

삼촌과 함께 전자상가의 4평 남짓한 허름한 어느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딱히 찾아보고 간 것도 아니고 그냥 보이는 곳에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CPU는 486DX2-50
램은 4메가
14인치 모니터
하드디스크는 100메가였는지 200메가였는지.

486 컴퓨터 가격

가격을 얼마나 줬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사진에 있는 가격 정도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로 사용한 컴퓨터지만 제 소유의 컴퓨터로는 처음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 맞다, 내게 컴퓨터가 있었지!’ 깨닫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해 여름 방학 때는 눈을 뜨면 컴퓨터를 가장 먼저 켜고 눈을 감기 전에 컴퓨터를 껐습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이 컴퓨터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비록 한 것은 게임밖엔 없지만.

삼촌 하고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가끔씩 생각 합니다.
컴퓨터를 사러 가자던 삼촌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내가 사달라 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사주겠다니.

내가 컴퓨터를 너무 좋아하니 이거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좀 비싸더라도 좋은 투자가 되겠다고 생각했을까?
아님 별생각 없었을까?

삼촌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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