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선물
토익 700점 이상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언어가 몇 개 있습니다.
C
, C++
, C#
, Ruby
모국어는 C언어이지만 Ruby를 가장 즐겨 씁니다.
700점이 안되지만 꾸역꾸역 사용할 수 있는 언어들은
Python
, Java
, Javascript
, Swift
이 외에는 알지 못합니다.
이들 언어 중 사용할 때 가장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Ruby입니다.
프로그래머의 크리스마스 선물.
매 해 선물을 받으며 행복함을 느낍니다.
살면서 연예인들을 보게 되는 일이 가끔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Ruby의 창시자인 마츠를 봤을 때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마츠를 실제로 처음 본 것은 2014년의 RubyConf에서 였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이 날 키노트에서 처음으로 루비 3.0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Ruby 2.0보다 3배 빠르게 만들겠다고.
마츠는 겸손하고 끈기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언제쯤 완성할지 모르겠다고.
10년쯤 걸릴 수도 있다고.
결국 6년을 걸려서 만들었습니다.
컨퍼런스 중 복도에 홀로 앉아 잠시 쉬고 있을 때입니다.
저 멀리서 누가 걸어옵니다.
‘헉, 마츠다…’
저는 인사하고 싶었지만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합니다.
젠장 뭐라고 말하지? 인사를 꼭 하고 싶은데.
마츠가 옆으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이 기회를 놓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습니다.
마츠를 부릅니다. 용기를 내서 큰 소리로.
“마츠!!!!”
“허이이잇”
마츠는 걸어가다 화들짝 놀라서 멈춰 섰습니다.
마치 강도라도 만난 것 마냥.
아이고, 내가 너무 크게 불렀나?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대화를 합니다.
“야 너 카카오톡 아냐?”
“안다.”
“그거 뭘로 만들었는지 아냐?”
“모른다.”
“루비로 만들었다.”
“와우 진짜냐?”
“이번에 루비 1.8에서 2.0으로 바꿨다. 진짜 힘들었다.
서버가 몇대로 줄었는지 아냐? 무려 xxxx대에서 xxx대로 줄었다.”
“호오……..”
마츠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제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난 영어도 일본어도 못 하는 걸.
나도 할 말이 많은데 말이 안 나오는 걸 어떡해.
“야, 하여간 다 네 덕이다. 우리 사진이나 찍자.”
그래서 찍은 사진입니다.
2014년, San Diego
고마운 마음을 그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가 아직 젊고 끈기 있는 사람이라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Ruby를 선물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