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의 손톱
신입 사원 때 회사의 CTO 이자 수석 프로그래머였던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손톱이 짧아야 한다고. 손톱이 길면 코딩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래서 면접 땐 손톱도 살펴본다고.
완전히 동감했습니다.
개발자라면 다들 알겁니다. 손톱이 길 때 키보드에 닿는 그 느낌이 얼마나 싫은지.
손톱을 일주일에 두 번쯤 자릅니다. 아주 조금만 튀어나와도 그 느낌 때문에 코딩을 할 수가 없거든요.
예전에 어떤 대기업에 다닐 때 일입니다.
누군가 전체 게시판에 손톱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제발 사무실에서 손톱 좀 자르지 말라고. 딱딱 거리는 소리 아주 듣기 싫어 죽겠다고.
댓글이 무척이나 뜨거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전체 게시판이었으니까요.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비추를 많이 받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생각해 보면 의견 자체는 타당한 것 같았습니다.
저 정도로 듣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약간의 편의를 위해서 손톱을 사무실에서 잘라야 하는가?
솔직히 말하면 저도 사무실에서 손톱을 자르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 글을 본 이후 손톱을 자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손톱깎이를 집으로 다시 가져왔습니다. 😂
어릴 땐 손톱 자르는 걸 지독히도 귀찮아했습니다.
잔뜩 길어진 손톱을 수업시간에 물어뜯어서 잘라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우 드러워.
프로그래머가 되고 나서 공짜로 생긴 좋은 습관이 하나 있다면 바로 손톱 관리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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