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게 무서웠던 때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내가 결혼 생활이란 걸 잘 해낼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또 다른 걱정도 있었습니다.
프로그래머로서 전투력이 떨어지진 않을까?
더 실력을 쌓고 싶은데 결혼을 하고 나면 왠지 삶이 바뀌어 버릴 것 같은 느낌.

결혼한 선배 개발자들에게 많이 들었던 소리.
“너도 한 번 결혼해 봐. 지금처럼 하기 힘들걸?”

이런 말에 영향을 받은 건지..
결혼을 하고 나면 개발자로서 전투력이 떨어진다 생각을 했나 봅니다.

어쨌든 그런 저도 결혼이란 걸 했습니다.
어느새 7년이나 됐네요.

결혼생활은 생각만큼 두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좋습니다.

다만 컴퓨터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이 줄었습니다.

밤 10시까지 야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옷도 벗기 전에 컴퓨터를 켜던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시절.
하지만 이제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은 하루에 몇 시간도 채 안 됩니다.

1인 개발자로 지내니 망정이지 만약 회사에서 바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면…
급박한 일이 터졌을 때 나는 가정을 택하게 될까, 회사를 택하게 될까?
만약 카톡을 만들던 시절처럼 급박한 일이 거의 매일 터진다면?
후.. 생각만 해도 아찔 합니다.

어쩌면 저도 후배들에게 이런 듣기 싫은 변명을 했을지도요.
“너도 한 번 결혼해 봐. 나도 결혼 전엔 안 그랬다구.”

결혼 때문에 프로그래머로서 좋은 점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한잔은 6년째 혼자 하고 있는 프로젝트.
결혼하고 나서 시작했습니다.

만약 결혼 전의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땐 지금보다 체력도 좋았고 의지도 충만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원룸 방 안에서 혼자 코딩하고 있는 저를 상상해 보면..
너무 외로워서 다 때려치우고 회사로 금세 돌아갔을 것 같아.(웃음)

방 안에서 코딩하면서도 문을 열고 나가면 맞이해 주는 아내와 딸이 있어서..
6년 넘게 기복 없이 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결혼하면 삶이 많이 변할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많이 변하긴 했지만 나쁘진 않네요.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