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C# 책을 읽다가 Split 함수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string phrase = "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
string[] words = phrase.Split(' ');

// ["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

우와, 끝내준다.
도대체 C에는 왜 이런 함수가 없지?
strtok 이란 함수는 너무 이상하게 생겼는걸.
난 바로 C#의 Split 함수를 원했다고.

어디 내가 한 번 만들어보자.
빈 모니터 화면을 보며 집중해서 코딩했던 날이 기억납니다.
비주얼 스튜디오 2005를 열어 코드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습니다.


2005년, 대학교 연구실에서.

하, 근데 왜 이렇게 어렵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루프 돌리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인덱스 오류는 왜 자꾸 나는지.
이거 되긴 되는 건가?
서너 시간 쯤 걸려서 결국 만들긴 만들었습니다.
딱 봐도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아서 영 지저분했던 코드.

그래도 잘 동작은 해서 기뻤습니다.
학교생활 내내 잘 써먹었습니다.

기쁘기만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걱정도 들었습니다.
도대체 프로그래머라는 건 얼마나 어려운 직업일까?
이렇게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겨우 함수 하나를 만들었는데…
몇 만 줄짜리 프로그램은 도대체 어떻게 짜는 거지?
Windows 같은 운영체제는 상상도 안 가고..
작은 응용프로그램들조차도 감이 오지 않는걸.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18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즐겁냐 하면 즐겁다 대답하긴 하지만..
코드를 짜는 순간순간은 매번 비슷한 고통을 느낍니다.

다행인 점도 얘기하자면..
그보다 더한 고통은 거의 느껴본 적 없다는 것입니다.
딱 그 정도 고통이거나 덜한 정도였습니다.

어른이 되고 세상을 좀 더 알게 되면서 다른 직업인들의 고통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돈을 벌기 위해서 고통을 겪고 있다는걸.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고통.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고통.
추운 데서 벌벌 떨며 일하는 고통.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고통.
얼굴이 팔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 하게 되는 고통.
대중들에게 온갖 욕을 들어먹는 고통.

이런 고통보단 훨씬 낫잖아.
머리 좀 지끈지끈 하는 것뿐인걸.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제 직업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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