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커밋에 실패했던 날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고 루틴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약속도 없고 방구석에만 있다 보니 자연스레 루틴이 잡혔습니다.
아침 9시에 일어난다.
드르륵드르륵 커피를 간다.
커피잔을 들고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코딩을 한다.
매일 코딩을 했습니다.
GitHub 잔디도 빽빽이 잘 쌓였습니다.
와 이거 멋진걸.
2021년에는 진짜로 잔디를 꽉 한 번 채워봐야겠다.
2021년 GitHub
하… 잘나가다가 실패해버렸습니다. 6/16일.
6/16일은 가평에 놀러 갔던 날입니다.
호텔 방에 돌아왔더니 생각이 났습니다.
노느라 오늘 코딩을 못했네. 지금이라도 코딩해야지.
밤 10시쯤 집중해서 코딩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어버린 겁니다.
헉… 망했다. 아직 커밋 안 했는데.
이렇게 무너진 건가? 끝난거야?
어찌나 허무하던지. 미리 커밋부터 정리해둘걸..
아쉬워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난 잘못한 거 없잖아. 억울하다고.
놀다가 놓친 것도 아니고 진짜로 코딩하고 있었는걸.
시간을 돌려서 커밋을 집어넣을까?
이건 반칙이 아닌 것 같은데?
1분쯤 고민했습니다.
Git 명령어를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반칙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반칙 맞잖아.
그렇게 하는 순간 의미가 없어져 버려.
못한 건 못한 거지, 이게 뭐라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노력은 하되 실패한 날은 실패한 날대로 두자.
이후로는 그다지 신경쓰며 하지 않았는데도 잔디는 여전히 푸릇푸릇합니다.
너무 신경 쓰며 할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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