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1인 개발을 하는 게 좋을까요?”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질문하는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나만의 앱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상상을 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앱이 며칠 만에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서비스 하나를 완성하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짬 내서 만들 순 없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했습니다.
매일 야근을 해도 일이 줄지를 않는데 어떻게 개인 프로젝트를 해.

그런데 개인 프로젝트를 잘 해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내가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닐까? 실력이 부족한가?

한편으론 이상하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회사 일을 제대로 안 하면서 하는 거 아냐?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회사를 다니며 개인 프로젝트를 해낼 수 없는 게 분명했습니다.
아이디어들을 마음속 깊이 넣어두고 회사 일이나 열심히 했습니다.

돌아보니 잘했습니다.
그렇게 회사에서 쌓은 경험들 덕분에 혼자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거니까.

1인 개발자가 되고 싶단 이유로 회사를 그만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돈까지 받아가면서요.
밖에 나오면 말 그대로 춥거든요. 생각처럼 되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돈 버는 일 중에 회사원만큼 쉬운 일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본업을 등한시하면서 까지 개인 프로젝트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건 이럴 때 써야 하는 말 아닐까?
개인 프로젝트도 실패하고 동료들의 신뢰까지 잃으면 그보다 더 나쁠 수는 없으니까.

회사 일 열심히 하면서 최대한 경험을 쌓다가..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그렇게 시작을 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당장 그만둬야 할 사건이 생겼고…
그만두고 나니 또 다른 회사를 찾는 게 피곤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 만나서 인사 나누고…
나를 증명하기 위해 힘들게 일하고…
처음부터 신뢰를 다시 쌓아갈 생각을 하니…
아..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오래 일한 개발자들은 이런 기분을 느껴봤을 겁니다.

바로 이때가 1인 개발에 도전해 보기 좋은 순간 아닐까?

10년 이상 경험도 쌓았고 돈도 어느 정도 모아둔 시기.
가정도 꾸리고 집안 일도 챙겨야 해서 회사 일에만 올인할 수 없는 시기.

혹시 하다가 망하면?
까짓 거, 망하면 얼마나 망한다고.

오늘부터 1인 개발자를 해야겠어가 아니라, 오늘 할 일들을 열심히 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경험도 부족하고 경제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에서 1인 개발로 돈을 버는 것은 훨씬 어려울 수 있습니다.
좋은 선택을 꾸준히 오랫동안 쌓아 나가야 하는데 돈 벌 생각이 앞서면 좋은 선택을 하기 힘들 테니까.

회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기다리는 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순간입니다.

회사를 그만둬도 치킨 집 말고 다른 옵션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그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회사일을 하면 일도 훨씬 재밌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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