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이야기입니다.
무슨 일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한 어떤 일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1안, 2안, 3안까지 만들었습니다.
팀장님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이런 고민을 했는데 어떤 걸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나름 고민도 많이 했고 그런 고민을 팀장님이 알아봐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따끔한 질책이었습니다.

“그건 네가 스스로 결정해야지.”
“나한테 어떤 걸 선택하는 게 좋냐고 물어보는 건 네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거잖아.”

뭐지..?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일을 저 스스로 결정했을 때 혼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군대에서 특히 많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랑 상의도 없이 네가 결정을 해?”
“이런 중요한 결정은 미리 물어보고 해라.”

이건 완전히 반대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중요한 일을 내가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다고 혼나다니.

팀장님은 또 말했습니다.

“물어보고 허락받을 필요 없어.”
“네가 결정하고 그걸 팀 전체가 알 수 있게 공유만 잘하면 된단다.”
“그러면 내가 됐든 다른 사람이 됐든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지적해 줄 거야.”

이 일은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점심밥 뭐 먹을까하는 같은 사소한 일조차 자기 생각을 말하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절 당할까봐.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할까봐.
회사의 중요한 일을 결정해서 공유하고 설득하는 건 얼마나 두렵고 힘들까?

돌아보니 그 이후의 시간들은 제가 1인 개발자가 되기 위한 훈련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훈련.

더 이상 뒷자리에 앉아있는 승객이 아니었습니다.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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