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건 밑에 애들 시켜서 할게요.”

2012년 경, 카카오에서 서버팀 워크샵을 준비하면 서였나.
식당을 고르는 일 때문이었는지 장 보러 가는 일 때문이었을 겁니다.

생각 없이 툭 던진 말에 팀장님은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밑에 애들이 뭐니? 그리고 시킨다라니… 다 팀 동료들인데…”

그런 피드백을 받은 것은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익힌 너무나 자연스러운 표현이었거든요.

하지만 카카오라는 특이한 회사에서는 그게 이상한 표현이었습니다.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저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을 제 밑이라 생각했음을 인정합니다.
단지 나이와 경력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밑에 애들 한테 시키고.”
“아래 애들한테 던져 줘.”
“윗선에서 알아서 하겠지.”
“윗사람들 눈치 보기 싫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표현을 많이 듣게 됩니다.
은 뭐고 는 뭘까?
어떤 사람을 윗사람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을 아랫사람이라 부르는 걸까?

이 날 이후로 이 표현을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이런 말을 하는 걸 듣고는 놀랍니다.

‘헉. 어떻게 저런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할 수 있지?’
‘도대체 무슨 회사에 다니는 거야?’

이제 이 표현은 저에게 어떤 회사의 문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신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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