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존중하지 않는 프로그램
지방세를 내다가 윈도우 컴퓨터에 할 수 없이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버렸습니다.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시작 프로그램에는 올라오지 않게 하고 그냥 둬야겠다 결정했습니다.
앗 그런데 이상해.
시작 프로그램에서 꺼버렸는데도 잠시 후에 다시 들어가 보면 다시 켜져 있잖아?
뭐지? 혹시 이 놈들이…
궁금해졌습니다.
10년 만에 프로세스 모니터를 켰습니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입니다.
시작 프로그램에서 비활성화를 시켜도 서비스가 감시하고 있다가 1분 뒤 다시 활성화시킴.
서비스 프로그램을 ‘부팅 시 자동 시작 모드’에서 ‘수동 시작’으로 바꿔도 곧바로 자동 시작으로 다시 바꿈.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나?
내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내가 분명히 시작 프로그램에 못 올라오게 했는데 왜 그걸 다시 바꾸냐고.
브라우저들도 디폴트 브라우저 경쟁을 하지만 사용자들에게 물어보고 바꾸잖아.
그냥 바꿔버리면 사용자를 존중하지 않는 거니깐.
기술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선 넘는 짓은 안 하는 것뿐이라고.
이들은 보안프로그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자신의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함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역시 지우는 수밖에 없겠군.
한숨을 쉬며 프로그램을 지우려 하니..
삭제할 때 이런 기능이 왜 필요할까?
이런 프로그램이 미움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게 사용자를 존중하지 않는 프로그램들을 몽땅 청소해 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에게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저런 기능을 만들자고 누군가 제안하지 않았을까?
개발을 하다 보면 비슷한 순간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사용자가 탈퇴/해지 버튼을 찾지 못하게 저 안쪽으로 깊이 감추자고.
사용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회사의 이익에 해가 되는 문구는 최대한 작게 쓰자고.
한 때는 이런 아이디어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니깐.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탈퇴 버튼을 깊숙이 감춘다고 탈퇴할 사람이 탈퇴를 안 하나?
기획자가 이렇게 만들어달라 하면 저는 싫다고 말할 겁니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고.
신뢰를 잃으면 다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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