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쯤인가.
옆 자리에 앉아계시던 팀장님이 말했습니다.

“나중에는 오프사이드 판정도 다 기계가 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기계가 할 수 있을까요? 사이드 라인에 레일을 깔아서 카메라를 전진 후진시키면서 하려나?”

십 년이 지났더니 진짜 오프사이드 판정을 기계가 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제가 상상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며칠 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오프사이드로 무려 3골을 반납했습니다.

라우타로 오프사이드 장면
이걸 과연 사람이 발견해낼 수 있을까요?

이 어려운 걸 그동안 사람의 눈에 맡겨 판정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생각 마저 듭니다.

당시에 팀장님은 또 이런 말도 하셨습니다.

그때 가면 인공지능 판사가 판결을 내리고 인공지능 의사가 처방을 내리기도 하겠죠.
항의하는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어요.
감히 사람 따위가 AI의 능력을 의심하냐고.

이런 날이 진짜로 와버렸습니다.
선수도 감독도 심판의 판정에는 항의하지만 AI의 판정에는 토를 달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제시한 증거를 보면 할말이 없는 걸.

이런 세상은 재미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심판은 사람이 봐야지 그걸 기계한테 맡기나?
너무 인간미가 없잖아.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재밌어졌는걸.
그동안 얼마나 틀린 판정을 보면서 살아 왔던 거야.

정확한 판정. 정확한 세상.
앞으로 바뀔 세상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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