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구글이 제대로 한 판 붙었습니다.
카카오가 아웃링크를 빼지 않고 뻐팅기자 구글이 카톡 업데이트를 승인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카카오도 꼬리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카톡을 다운로드해서 인앱결제 없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 그리고 카카오의 주주로써.
구글과 애플에 매달 수수료를 내는 1인 개발자로서.
그리고 한 때 카카오의 일원으로써.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저는 심경이 약간 복잡합니다.

수수료가 도대체 얼마길래 그러냐?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는 얼마이길래 이렇게 문제가 될까요?

스토어가 처음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30%
구글이나 애플이나 같습니다.

사용자가 100만 원을 쓰면 구글이(혹은 애플) 30만 원을 가져가고 개발자는 70만 원의 이익을 얻습니다.
부가세와 소득세를 납부하고 나면 개발자가 손에 쥐는 것은 50만 원이 되지 않습니다.
수수료가 높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도 말이 많아지자 구글과 애플은 작년부터 월 매출 약 1억 원 이하의 개발자들에 한해서 수수료를 15%로 내려주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들에겐 영향이 없는 일.
게다가 구글은 며칠 전 6/1일부터 디지털 콘텐츠 판매(전자책, 음원, 영화 등)에 대해서도 인앱결제를 강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우 구독 방식의 수수료는 15% 이고 단건 결제는 30% 인데 시행 초기라 그런지 앱개발사와 어느 정도 협상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 같은 경우는 15%로 할인을 해주기로 했다 합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파는 개발사들은 인앱결제 방지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따랐지만 카카오만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카카오에게 곱지 않은 시선도 많이 보입니다.
구글하고 애플은 땅 파서 장사하냐고.
10년 넘게 투자해서 안드로이드 아이폰 만들고 스토어 생태계 만들어서 돈 버는 걸 왜 뭐라고 하냐?
수수료 내기 싫으면 직접 만들던가. 자기네들은 이모티콘 수수료 비싸게 다 받고 돈 내라는건 싫다는 거냐?

맞는 말입니다.
사실 앱스토어가 없었으면 카카오라는 회사는 생기지도 못했는 걸요.
앱스토어 덕분에 이전에는 없었던 가치가 생겨났고 저 또한 그 수혜자로써 감사한 마음으로 수수료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앱결제 방지법이라는 것은 왜 만든 걸까? 뭘 방지한다는 걸까?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42조 제 1항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

  • 앱 마켓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모바일콘텐츠등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 가. 특정한 결제방식 외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모바일콘텐츠등제공사업자의 모바일콘텐츠 등의 등록ㆍ갱신ㆍ점검 등을 거부ㆍ지연ㆍ제한하거나 삭제ㆍ차단하여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 …생략
  •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말 그대로 인앱 결제를 앱개발자에게 강제하지 말아라.

구글과 애플 입장에서는 열받고 짜증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키워온 생태계인데.
이래서 회사들이 독점이란 소리를 안 듣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것.
하지만 스토어 생태계는 이미 너무 거대해지고 말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점점 더 피해가기 힘든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카카오도 다른 회사들처럼 가격을 20% 올려서 사용자에게 수수료를 전가하고 아웃링크도 안 넣고 사용자들이 웹에서 결제하든 인앱결제를 하든 신경 안 쓰고 살았으면 속 편했을 겁니다.
수수료는 사용자들이 다 내고 카카오도 5%의 추가 이득을 얻고 구글과 마찰을 일으킬 일도 없고.
그럼에도 이렇게 구글 목에 방울 달기를 해주었으니 수수료를 내는 모든 앱개발자들이 고마운 마음일 겁니다.

카카오는 결국 아웃링크를 빼고 구글에 항복을 한 모양새이지만 실리는 다 챙겼습니다.
이제 인앱결제를 강제하기 위해 앱 심사를 거부한 확실한 사례가 만들어졌으니까.
방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웹에서 결제하면 더 싼 줄 모르는 사용자들이 내는 돈은 구글과 애플이 가져갑니다.
그리고 이 돈은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편법을 써가며 국내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으니까.

제가 좋아하는 회사들의 싸움이지만 저는 이 싸움에서 카카오의 편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카카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카카오가 지면 손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 소비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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