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겨울, 구글 크롬이 처음 나왔을 때의 충격을 기억합니다.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더블 클릭하면 마치 메모장이 뜨는 것 같은 속도로 빠르게 켜졌던 크롬.
구동 속도만 빠른 게 아니라 웹페이지들의 로딩 속도도 IE보다 확연히 빨랐습니다.
아, 속이 너무 시원하잖아.

얼마 지나지 않아 크롬 2가 나왔습니다.
놀랐습니다. 메이저 버전을 올리는 건 원래 몇 년씩 걸리는 거 아냐?
그냥 버전만 뻥튀기 하는 건가?

이런 개발 주기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버전이 올라갈 때마다 작은 개선들이 있었고 크롬은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저는 이런 빠른 업데이트 주기를 좋아했습니다.

컴퓨터를 포맷하기 전에 IE 즐겨찾기 폴더를 압축해서 따로 보관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크롬에서 즐겨찾기와 비밀번호, 확장 프로그램 동기화가 지원되고 나서는 더 이상 크롬을 떠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 내 모든 걸 내어줄께.
나는 이제부터 너에게 종속된다.

리눅스를 일상 생활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크롬 5에서 드디어 리눅스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분투에서도 크롬을 갖게된 순간 불편함의 많은 부분이 사라졌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브라우저에서 보내는구나.

2011년에는 크롬OS라는 것도 나왔습니다.
OS라고? 코드를 받아 밤새도록 컴파일 해서 버추얼 박스에서 띄워봤습니다.
브라우저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데?
갸우뚱스럽고 한 편으로는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크롬OS는 파일 탐색기 같은 기본 앱들이 있고 다중 모니터 설정도 할 수 있는 엄연한 OS가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리눅스, 안드로이드 앱들도 설치해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윈도우보다 더 많은 앱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닐까?

크롬 100이 릴리즈 되었습니다.
처음 충격을 받았던 날로 부터 13년이 지났습니다.
그 기간 동안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크롬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가는 크롬을 보면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바로 이렇게 하는거야.”
하고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