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타법이었습니다.
1989년부터 컴퓨터를 접했으니 그래도 꽤 잘 쳤습니다.
150타였나?
국민학교 짱이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갔습니다.
기술 시간이었을 겁니다.
어떤 녀석 하나가 타자를 치는데 사람들이 그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뭐지?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저건 속임수 같은데?
300타도 넘었습니다.
속임수가 아니었습니다.
말도 안 돼. 쟨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지.
역시 세상은 넓은 건가.

집에 돌아와 한메타자교사를 다시 켰습니다.
테트리스처럼 내려오는 베네치아 게임만 했었는데 처음으로 기본기 공부를 해봅니다.

아 이 키는 이 손가락으로 치는 거구나. 아 쉬프트 키는 반대쪽 손으로 누르는 거였구나.
이런 게 다 정해져 있었네. 이걸 알아채는데 5년이나 걸리다니.

새로운 타법에 익숙해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저도 500타는 우습게 칩니다.
정석을 배우지 않고 저 혼자 터득한 독수리 타법을 고집했다면 300타도 넘기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잘 가르치는지 다들 500타 정도는 우습게 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비밀을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제가 키보드를 치는 것을 보며 눈을 의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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