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윈도우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첫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들어왔을 때 처음 사용했던 툴은 비주얼 스튜디오 2005였습니다.

비즈하드
비즈하드 전용탐색기

이 프로그램이 제가 맡게 된 첫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웹하드 클라이언트라고 불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어색합니다.
요즘엔 이런 프로그램을 진짜 으로 만드니까요.

이때 윈도우의 MFC 프로그래밍과 Win32 Api를 공부했습니다.
매일매일이 도전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아침에 세수를 하며 걱정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김상형의 Api 강좌를 A4에 출력해서 출근 지하철에서 읽어가며 필요한 지식들을 하나씩 배워갔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제프리리처의 책을 읽다가 그대로 쓰러져 잠들고. 돌아보니 꽤 열심히 했네요.

이렇게 6개월 정도 했더니 그제야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습니다.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어떤 플랫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항상 고통스러운 과정이 동반되고 그 과정은 꽤나 깁니다.
이 고통을 누구나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그런 고통 속으로 잘 들어가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고통을 두려워하기엔 열정이 다소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입사한지 2년쯤 후 서버 쪽을 만들던 프로그래머가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 서버 프로그래머의 자리를 누가 메꿀 것인가.
새로운 사람을 뽑아? 아니면 다른 서버 프로그래머한테 일단 땜빵을 시켜?

회사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고 다른 땜빵이 될지도 모르는 후보자들은 그 일을 맡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용감하게 손을 들었습니다.

“그거 그냥 제가 할게요.”
“응? 그럼 클라이언트는 어쩌고.”
“클라이언트는 이제 많이 익숙해졌어요. 둘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할 만큼 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주식도 한 주 없는 놈이…
갑자기 일이 몰리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지? 대안은 있나?

나이 먹은 지금의 저는 이런 생각부터 드니까요.

돌아보니 그때 용기 내어 손 들었던 그 순간은 제 프로그래머 경력이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선택 이후 저는 서버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또 긴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이 고통 덕분에 나중에 카톡 서버 프로그래머라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기회가 오면 손을 내밀어 잡아야 합니다.
비록 저는 그때 그게 기회인지도 몰랐지만..
이때 손을 들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가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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