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처음 들어가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카톡으로 카톡을 모니터링하던 것이었습니다.
오호 재밌는걸. C 컴파일러로 C언어를 만드는 느낌이 이런 건가?

카톡 시스템의 장애를 비롯하여 사내 서비스의 수많은 부분을 모니터링했습니다.
그중 카톡의 국가별 가입자 수를 10분마다 리포팅 해주던 채팅방이 있었습니다.

2012년. 때는 바야흐로 모바일 메신저 왕좌의 게임 시대.
물론 한국 가입자가 가장 많았지만, 전 세계 각국에서 꽤 많은 사용자들이 가입을 했습니다.

갑자기 브라질의 가입자 수가 늘면 누군가가 채팅방에 말했습니다.
“어? 브라질에서 튀었네요.”
“무슨 일이지?”
끈질긴 누군가가 기어이 찾아내서 공유했습니다.
“찾아보니 기사가 났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아하 포인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서비스라는 건 이렇게 하는 거구나.

모니터링 방에는 서비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들어와 있었는데, 이상 징후를 특히 잘 포착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모니터링 방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는데 누군가는 그냥 지나치는 정보들을 날카롭게 포착해서 공유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서비스 텐션을 높여야 했습니다. 몸에 긴장을 풀어버려선 안 됩니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니 집에서 쉴 때도 영화 같은 걸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계속 신경이 쓰여서.

이상 징후를 찾아내고 원인을 끈질기게 탐색하는 걸 카카오에서 배웠습니다.
서비스 안에서 작은 파동까지 탐지해 내는 능력은 소중합니다. 긴장을 풀고 느슨하게 있으면 이 능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한 편, 서비스 텐션이 끊어질 듯이 탱탱한 상태가 되면 일하기에는 좋지만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는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굉장히 날카로워지거든요. 편안한 얼굴이 아니라 인상을 쓰고 있는 표정이 default 가 되어 버립니다.
몸의 모든 감각이 날카로워져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말투도 날카롭게 나오곤 하고요.

커피한잔을 오랫동안 혼자 운영하며 저의 텐션이 점점 느슨해져 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있는 건 좋지만, 텐션이 너무 느슨해지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도 됩니다. 모르고 넘어가면 안 되는 일들을 자꾸 놓치곤 합니다.
동료의 높은 텐션을 보며 자극받기도 하고, 혼도 나고 하면서 텐션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혼자서는 참 쉽지가 않네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