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하지 않던 사람들
딸을 학교에 보내고 돌아오며 저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일어나기 싫어서 이불 속에서 버티다가 결국에 후루룩 씻고 교복을 입고 눈뜬 지 10분 만에 튀어나가던 아침의 일상. 항상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쫓겨 다녔고 지각을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이런 습관은 회사에 가서도 똑같이 이어졌습니다.
인생을 더 살면서 사소해 보이는 작은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였던 순간은 동네 미용실에 데려다주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1~2분 정도 늦을 것 같아 미용실에 전화를 하는 아내를 보며 뭐 저런 걸로 전화를 하나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미용실에서도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1~2분 늦는다고 이렇게 미안해하며 전화를 주다니. 흔한 노쇼 전화일꺼라 생각했을지도요.
어쩌면 아내의 이런 모습들이 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 아닐까?
이후로 저도 약속 시간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친구들 모임에 갈 때도, 음식점 예약 시간에 맞출 때도, 동네 미용실에 갈 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간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몇 번 있음을 고백합니다.
저희 집 앞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한 손님을 잠자느라 완전히 바람 맞춘 충격적인 날도 있었습니다. ㅠㅠ
(다음 날 제가 찾아가서 석고대죄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후로 다시는 아침 일찍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ㅋㅋ)
다시 회사에 간다면 걱정되는 한 가지는 바로 이 출근 시간입니다.
내가 이제는 과연 출근 시간을 잘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회사로 돌아갈 생각을 안 하는 건 이 출근 시간 탓도 큰 것 같습니다.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한 편으로 몇 년 동안 한 번도 지각하지 않던 동료들도 떠오릅니다.
어떤 회사는 지각을 엄격하게 체크하여 상벌을 줬고 어떤 회사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상벌이 있던 회사에서 개근을 하던 사람들도 물론 대단합니다만, 모두가 근태 개판이던(카카오 초창기 시절) 회사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특히나 떠오릅니다.
남들이야 어찌하든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라는 것이었을까요? 정말 멋지고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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