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보다 더 많이 일하고 싶은 자유
회사 생활을 할 때를 돌아보니 열심히 하던 시절에는 주당 60시간 정도를 일했던 것 같습니다.
매일 야근을 했습니다. 야근을 강요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 좋은 환경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냥 회사에 더 오래 있고 싶었을 뿐.
사람들하고 같이 코딩하는 게 재밌으니까.
하나라도 더 배우고 기여하고 싶으니까.
회사에 있으면 저녁밥도 먹을 수 있고… (안쓰럽지만) 집에 가봤자 할 일도 없는걸.
어떤 사람들은 이런 걸 좋게 보지 않을 겁니다.
그건 습관적 야근이라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니면 빨리빨리 집에 가서 쉬고 내일 와서 하라고.
글쎄요,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있는 걸 좋아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더 많이 일하고 싶었거든요. 빨리 배우고 빨리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야근 수당도 받지 않고 그렇게 했으니 꽤나 순수한 동기였던 것도 같습니다.
요즘 같으면 어떨까요? 주 52시간 제도 때문에 저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 팀장님에게 이런 얘기를 들을 것 같네요.
특별한 일 아니면 얼른얼른 퇴근해라.
쓸데없이 회사에 남아있지 마라.
혹여나 집에 가서도 일하지 마라.
네가 자발적으로 일한다 해도 불법이다.
가끔 이 제도가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신종 사다리 걷어차기가 되버린 건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보호해야할 사람들은 보호해야겠지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 애쓰는 청년들은 올라갈 수 있게 해줘야지. 사다리를 다 치워버리면 어떡해.
만약 제가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주 52시간 같은 제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더 일하고 싶은데도 안 된다고 집에 보낸다면?
별수 없이 집에 갔겠죠 뭐.
그렇게 지내다가 적응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면서 사는 삶에.
사실 그렇게 살면 편하긴 하니까요. (나이가 든 후 지금의 저처럼 편하게 살고 있지 않을 것 같네요.)
많이 일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역량에 차이가 없는 경우에는 일하는 양이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니 아직 놀 때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놀 사람들은 놀고 미친 듯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렇게 해줄 자유를 갖게 해주자는 것.
모든 사람이 52시간 넘게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요즘에는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일하며 지냅니다.
주당 100시간씩 일하겠다는 미친 사람들이 있다면 그걸 허락해 줘서 끝내주는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그런 미친 사람들 덕분에 다 같이 잘 살게 되는 것은 덤입니다.
1970년에 (겨우 22살이었던) 전태일이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며 스스로의 몸을 불사른 지 55년이 지났습니다.
덕분에 노동자들의 권리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주 52시간 근무도 그런 것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을 (돈도 제대로 안 주면서) 너무 부려먹는 악덕 고용주들이 많았으니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일하고 싶은 자유도 존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요즘 논의가 되고 있는 것 같으니 조만간 더 좋게 고쳐지지 않을까? 하고 낙관적인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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