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처음 하던 날
인터넷을 처음 접한 건 2000년 1월 1일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놀라운 날짜입니다. 2000년 1월 1일이라니. 이런 우연이 다 있나..?
1990년대 내내 컴퓨터 앞에서 살았고, 1996년부터는 PC 통신도 많이 했습니다만,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것은 한 번도 써보질 않았던 것입니다.
1999년 말에는 2000년이 되면 밀레니엄 버그 때문에 난리가 날 거라고 떠들썩 했는데 막상 2000년 1월 1일이 되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일이 어쩌면 영향이 있었던 건가? 처음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켜서 여기저기 사이트를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와레즈라는 사이트를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아니, 이런 세계가 있었단 말이야?
FIFA 2000을 다운로드하면서 잠이 들었었는데 50MB 쯤 되는 파일을 밤새도록 받았습니다.
(밤 10시부터 아침 9시까진가 통신 정액제가 있었던 것 같네요)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반쯤 의심하며 실행해 봤는데 프로그램이 열리고 노래가 흘러나올 때 두근거리고 기쁘던 감정을 아직 기억합니다.
인터넷과 PC 통신의 차이
사실 저는 아직도 PC 통신과 인터넷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만, 궁금해진 김에 챗지피티를 통해서 알아봤습니다.
PC 통신은 TCP/IP로 연결했던 것이 아니라 시리얼 통신으로 연결했던 것 같습니다.
즉, 시리얼 포트에 모뎀을 꼽고 ‘01410’ 이란 번호로 전화 걸기 명령을 보내서 전화 연결을 하고, 서버에서는 역시 전화선을 통해 텍스트로 메뉴 구성을 알려줍니다.
그 시절 PC 통신을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던 이야기
나 새롬데이터맨
은 다음처럼 짰을 것 같습니다.
HANDLE hCom = CreateFile(
L"COM1", // 모뎀이 꼽혀 있는 시리얼 포트
GENERIC_READ | GENERIC_WRITE,
0,
NULL,
OPEN_EXISTING,
0,
NULL
);
// 모뎀으로 전화 걸기 명령 전송 (하이텔의 전화번호 01410)
WriteFile(hCom, "ATD01410\r\n", (DWORD)strlen(atCmd), &bytesWritten, NULL);
// 서버로부터 ASCII 코드로 하이텔 대문을 받아와서 뿌려줌
// 메뉴 구성 보여주기
// (1) 게시판, (2) 자료실, (3) 채팅방
1
, 2
같은 메뉴의 번호를 별다른 프로토콜도 없이 raw string 에 가깝게 서버와 주고받았던 것 같네요.
채팅방 내에서 이상한 문자열을 입력해서 채팅방을 강제로 파괴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야 어떻게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지금 보면 참 조잡하지만, 이때 코딩하던 개발자들은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낸 기분 아니었을까?
PC 통신이 처음 시작되던 시절에 그런 기쁨을 함께 느껴보지 못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넥슨컴퓨터 박물관,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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