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순천에 다녀왔습니다. 2박 3일 화수목 일정.
1인 개발자의 특권으로 평일에만 놀러 다니곤 합니다.
평일에 여행을 하면 어딜 가든 한산합니다.

낙안읍성 앞의 카페
낙안읍성 앞의 한 카페

이렇게 경치 좋은 카페 아무 자리나 앉을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주말에 이 카페의 창가에 앉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 혹은 돈을 줘야 할까요?

사람들은 주중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주말을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평일의 한가로운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평일에 여행을 하면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숙박비도 교통비도 절반은 싸고 차가 막힌다거나 줄 서서 기다리는 일도 없는 걸.
평상시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주말은 평상시의 세상이 아니라 스팀팩을 맞은 세상 아닐까?(웃음)

첫 월급 빼고는 월급이 적다 불평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은 너무 많이 받는다 생각했습니다. 겨우 코딩 이거 하고 이 돈을 받는 건가?
더 열심히 일해야겠는 걸.

1인 개발자로 지내면서 평일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직장인들은 돈을 더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아.
이 소중한 평일 시간 몽땅과 바꿔서 버는 돈인 걸.
어쩌면 인생 전체와 바꾸는 돈 아닌가?

5년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순천을 혼자서 처음 왔습니다.
고속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커피한잔을 코딩하면서.
낙안읍성 어딘가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일찍 은퇴하고 시간과 공간에 제약 받지 않는 삶을 살아야지.

낙안읍성에서
낙안읍성 어딘가 드러누워 하늘 바라보며, 2017년 4월

5년이 흘러 다시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머니와 함께.
한가로이 거리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시장을 구경했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
일찍 은퇴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아직 잘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시스템에 갇혀 살지 않아서 참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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