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종 개발자
며칠 전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달팽이를 한 마리씩 나눠줬습니다.
집에 가져가서 키워보라고.
바로 거절했어야 하는데 거절을 못했습니다.
교육을 위해 생명을 이렇게 줘도 되나?
달팽이의 허락도 안 받았을 텐데.
달팽이 불쌍하다.
방생을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아내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달팽이는 함부로 방생하면 안 된답니다.
외래종 달팽이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아무거나 잡아먹고 알을 낳으면서 생태계를 망친다고.
헉…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무서워.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소름이 끼쳤습니다.
너무 무서운 단어잖아.
가만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든 우스운 생각.
어쩌면 다른 업종 사람들의 눈에는 개발자들이 바로 생태계 교란종 아닐까?
자기 구역도 아닌 곳에 들어와서 그게 뭐든 먹어치우고 있잖아.
택시기사, 부동산 중개사, 의사, 약사, 변호사, 영화관, 결혼정보회사…
눈에 보이기만 하면 그게 뭐든 다 잡아먹네.
얼마나 잡식성인지 먹어도 먹어도 배탈도 안 나.
온 세상을 다 먹어버릴 것 같은 걸.
아… 내가 바로 그 무서운 생태계 교란종이었다니.
근데 뭐, 썩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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