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들어가서 처음 3년 정도를 거의 매일 출근했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
365일 중 330일 정도는 출근했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러 갔던 건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하려고.
모르는 게 많아서 미리미리 학습해두지 않으면 주중에 너무 힘든 걸.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개발 관련 책들을 읽고는 했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했습니다.
‘와, 오늘 끝내주는 걸 배웠어. 내일 이걸 써먹어야지.’

매일 배우고 실력이 늘어서 기쁜 날들이었지만 가끔은 한탄스러웠습니다.
‘하…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추석 연휴에도 회사에 나와 있는 제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습니다.
회사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며 보름달을 바라보는데..
외로움이 가슴 속을 후벼 파고 들어왔습니다.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이게 진짜 좋은 삶일까?

존경하는 팀장님에게 물었습니다.
“언제쯤이면 편해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곧 편해지는 날이 올 거예요.”

편해지는 날은 곧 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짬밥이 차면 찰수록 요구되는 것이 많았으니깐.
시니어라 불리는데 못하면 쪽 팔리잖아.

도대체 언제쯤 편해지는 걸까?

그날이 오긴 왔습니다.
회사에서 은퇴하고 나서.
더 이상 성장하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게 되면서.

개발 관련 책을 읽은 지 3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내려놓고 나니 이제야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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