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이사 혹은 커다란 조직 개편이 있을 때면 항상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서.

좋은 자리는 안쪽 자리입니다.

  • 출입구와 먼 쪽.
  • 내 모니터를 다른 사람이 보기 힘든 쪽.
  • 다른 사람들이 뭐하는지 볼 수 있는 쪽.
  • 창밖이 보이는 쪽.

가위바위보를 하는 회사는 그나마 좋은 회사입니다. 보통은 짬밥이나 직급 순으로 결정하니깐요.
저도 가위바위보를 이겨서 안쪽 자리에 앉아보고 싶었습니다.

아.. 안쪽 자리에 앉으면 참 좋겠다. 누가 모니터를 보는 사람이 없으니 맘 편히 딴 짓거리도 할 수 있고.
상석에 앉아 있는 느낌도 들고 기분 좋겠는걸. 일도 왠지 잘될 것 같아. ㅋㅋ

카카오에 다닐 때 제가 좋아했던 팀장님은 특이하게도 안쪽 자리에 앉지 않고 바깥쪽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옆에 탕비실이 있어서 사람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바깥쪽 자리. 보통은 막내가 앉는 자리.

저는 물어봤습니다.

왜 바깥쪽에 일부러 앉는 거예요?
회사에 권위의식 같은 게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인가요?
그래서 몸소 보여주려고요?

그런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음… 글쎄 꼭 그렇다기보다는…
아무래도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좀 더 많으니깐..
내가 바깥쪽에 앉으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고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안쪽에 앉아버리면 나를 찾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더 많이 걸어와야 하잖아.

우와… 저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봤을 뿐.

이런 관점을 배우게 된 이후 저도 가운데 자리 혹은 바깥쪽 자리를 고집했습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일할 땐 동료들과 더 많이 대화하기 위해 가운데 자리를,
저를 찾아오는 다른 팀 사람들이 많아졌을 때는 바깥쪽 자리를.
아니, 어쩌면 이런 것들은 다 핑계고 그냥 저의 히어로를 따라 해보고 싶었던 맘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
H스퀘어 6층에서

저는 결국 은퇴할 때까지 상석이라 불리는 자리에 한 번도 앉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그깟 자리가 뭐라고.
차라리 자랑스럽습니다.

한 편으로는 어떤 회사 사무실에 방문하면 자리 구조가 어떤지 유심히 바라봅니다.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안쪽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는 회사를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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