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똥이 마려워 집으로 돌아간 이야기
2007년 쯤이었나.
회사에 출근을 하려고 아침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배가 너무 아팠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시원하게 볼일을 보면서 오전반차 신청을 했다.
반차 사유로 ‘출근길에 똥이 마려워서 다시 집으로 돌아감’ 이라고 적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곧 이어 팀장님에게 사유를 좀 무난하게 적어달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자기가 사유를 ‘개인 사정’ 이라 고쳐줬다는 말과 함께.
나는 ‘개인 사정’ 보다는 ‘출근길에 똥이 마려워서 다시 집으로 돌아감’ 이 더 좋은데.
아마 그 당시 조엘온소프트웨어를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스펙문서를 쓸 때는 딱딱하고 재미없게 쓰지 말고 웃기게 써라.
어이없을 정도의 말투와 웃음도 괜찮다.
유머는 진짜 중요하다.
사람들이 프로페셔널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뭐라하더라도 신경쓰지 말아라. 뭐 이런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이 글인 것 같다)
저 똥 이야기가 조엘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느정도는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네이버라는 회사를 다닐 때도 딱딱하고 갑갑한건 마찬가지였다.
저 정도의 사유도 눈쌀 찌푸리고 잔소리 하는 회사들이 2019년인 지금도 80%는 될 것 같다.
나는 결국 저 똥 이야기를 받아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았는데, 그 회사는 바로 카카오였다.
유머를 존중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았던 회사. 그래서 내가 카카오를 그만둔 지금도 카카오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개똥생각이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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