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알콜 중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술을 마셨습니다. 365일 중 한 350일?

밤마다 테라 한 병과 진로이즈백 한 병. 혹은 낮에도.
술이 몸에 잘 받는 체질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마시다 보니 저도 이 정도는 가뿐히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술을 마시고 늘어져 있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은퇴한 1인 개발자.
매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도 내가 정하면 되니 늘어지기 딱 좋습니다.

한 편으론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러다 몸이 한 번에 훅 가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을 하다가도 성시경의 먹을텐데 같은 방송을 보면 안심이 됐습니다.
성시경이랑 신동엽도 365일 중 360일 정도는 술을 마시고 사는구나.
그래도 건강하네 뭐. 다들 나이 먹으면 이렇게 사는 건가?

이 습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는데 구청에서 저를 도와줬습니다.
대사증후군 위험성이 있다고 관리를 해주었습니다.
구청에 검사를 하러 갈 때마다 약간의 굴욕감을 느꼈습니다.
참나, 살다 살다 대사증후군이라니.

위험성에 대해서 계속 들으니 무섭기는 했지만 오래된 습관을 고치기는 어려웠습니다.
1년 전 오늘, 검사를 다 받고 상담 자리에서 일어나기 직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술을 한 번 딱 끊어 보세요.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약간의 도발적인 말투가 저의 마음을 자극했나 봅니다.

‘그래, 내가 진짜 딱 끊고 다음번에 와서 보여준다.’

술을 끊으려는 생각은 계속 해왔지만, 그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 한 마디가 없었다면 그날 저녁 또 술을 마셨을 겁니다.

그리고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6개월 후 다시 대사증후군 검사를 받으러 구청에 갔습니다.
선생님께 당당하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셨더군요.
대사증후군 위험도 이날 완전히 졸업했습니다. 모든 수치가 얼마나 좋아졌던지.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오늘은 술을 끊은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좋은 점은 뱃살이 쏙 들어가고… 혈관 속이 깨끗해진 느낌적인 느낌.
체중도 딱 좋아져서 축구할 때 뛰기도 편해졌습니다.

습관, 중독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아직도 술 생각이 나긴 합니다.
맥주와 소주를 사놓고 유튜브 보면서 늘어지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듭니다.

인생에서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진 면이 있습니다만…
매일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공부를 하고.
배우는 기쁨이 또 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읽은 책이 100권 가까이 됩니다.
술을 마시던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즐거움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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