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레거시 코드를 지우면 팀원들이 기겁을 했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지우면 어떡해요! 혹시 나중에 쓸지도 모르는데…”
“이제 안 쓰이는 코드라면서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는 별로 두렵지 않았습니다. 없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로그 글을 군더더기 없이 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안 쓰는 물건은 당근마켓에 바로바로 파는 것처럼.
코드 또한 실행되지 않는 코드는 없는 것이 낫다 생각했습니다.

소스코드 저장소의 기능이 좋아지면서 변경을 추적하기도 쉬워졌습니다.
진짜 필요하면 다시 살려내면 되잖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도 쉬워졌습니다.

나중에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도 만났습니다.
이 친구와 옆자리에 앉아 얼마나 많은 레거시 코드를 삭제했는지 모릅니다.

코드를 지울 때마다 너무 기뻐.
큰 덩어리를 지울수록 더욱 기뻐.

우리는 이걸 삭제의 기쁨이라고 불렀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짠 코드들이 레거시가 되어 후배들에게 지워지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잠시 마음이 아프지만..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죽고 새로 태어나고 하면서 세상은 조금씩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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