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함께 출근을
11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비가 내려 우면산 산사태가 났던 날.
2011년 7월 27일.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그날 아침 저는 신림역에서 네이버 셔틀버스를 타고 회사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비가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봉천역까지 가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나?
봉천역에 도착하니 줄을 서있던 사람들이 무릎만큼 올라온 물속을 헤쳐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뭐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봉천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가는 것도 1시간.
서울대입구에서 사당역을 향해 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가야 하나?
회사에 도착하면 퇴근시간이 될 것 같은데?
그냥 집에 돌아가서 일하면 되잖아.
그런데 진짜 이상하다. 왜 아무도 내릴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거야?
팀장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회사 못 가겠어요. 집으로 돌아갈게요.”
“그래라.”
팀장님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버스에서 제일 처음 내린 것은 저였습니다.
다음 날도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이번엔 집에서 나가기 전에 전화했습니다.
“오늘도 못 가겠어요. 위험해서 안 가는 게 좋겠어요. 그냥 집에서 일할게요.”
팀장님은 이번엔 약간 멈칫 하긴 했지만 결국 그래라 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날 회사에 안 가고 재택으로 근무한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때보다도 더 열심히 집에서 일했습니다.
팀장님에게 감사한 마음.
출근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
우리들은 뭘 위해서 이렇게 살고 있나 하는 마음이 뒤섞여서.
회사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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