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이었을 겁니다.
점심밥을 먹는데 갑자기 눈이 펑펑 오기 시작합니다.

“카톡 대화 창에 눈 내리는 기능 켜야 하나..?”
“그러게요.”

사내 게시판에서도 의견이 오가다가 금세 결정이 되어 눈 내리는 기능을 활성화하기로 합니다.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먹던 밥을 후루룩 먹고 일어나려는데 저보다 10살쯤 어린 동생들이 말합니다.

“뭐하러 일어나요? 그냥 여기서 하면 되지.”

능숙하게 핸드폰으로 vpn에 붙어서 관리자 화면에 들어가 기능을 툭 켭니다.
아하! 그렇게 하는 수가 있었군.

모바일로 할 수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리가 그렇게 동작하지 않았을 뿐.

이야… 모바일 네이티브들은 따라갈 수가 없군.

이런 생각을 처음 해봤던 것 같습니다.

이 친구들은 심지어 핸드폰에 터미널 어플까지 깔려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앱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 걸로 뭘 할 수는 있냐?”
“왜요, 그럭저럭 쓸만해요. 진짜 급할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저도 깔아서 써봤습니다.
어라? 탭 자동 완성도 되고 키보드도 편리하고 꽤나 쓸만합니다.
하지만 왜인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PC 네이티브라서 그런 걸까요?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지금도 굳이 컴퓨터를 찾아가서 하는 제 모습을 보면 그때 일이 생각납니다.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PC 네이티브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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