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의 이야기입니다.

커피한잔을 만든 뒤 어떻게 알려야 하나 고민이었습니다.
전단지라도 돌리기로 했습니다.
직장인 소개팅 서비스니 어디 큰 회사 사옥 앞에 가서 돌리면 효과 짱이겠지.

쪽팔릴 건 없다 생각했습니다.

‘남의 제품이 아니라 내 제품을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어.’
‘내 새끼인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당연한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해왔습니다만 실제로 실행하려니 무척 쪽팔렸습니다.

카카오나 네이버 앞에 가서 전단지를 돌리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로 움직이는지 동선이 눈에 훤했거든요.
하지만 도저히 그럴 자신이 안 생기더라구요.
옛날 동료들 잔뜩 있는데 어떻게 거기 가서 전단지를 돌리고 앉아있냐.

어떤 회사를 갈까 하다가 LG전자를 가기로 합니다.
양재동에 있는 LG전자.
집에서 가깝고 대기업이고 사옥을 가진 회사.
블라인드에서도 유저가 가장 많은 회사.
그래 바로 너다.

혼자 가기가 쪽팔려서 아내도 꼬십니다.
이런 경험은 황금과도 같다고.
그냥 놀러 가는 거라고.
이거 끝내고 코스트코나 가자고.

추운 겨울 아침이었습니다.
옷을 두껍게 입고 나가 아내와 함께 직원들이 출근하는 걸 기다립니다.

도착해서 보니 LG전자는 홍보하기에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다들 셔틀버스나 자차를 타고 슝 들어가는 것 같더군요.
걸어서 정문을 들어가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점심때 올 걸.

그래도 왔으니 뭐라도 해봐야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건넵니다. 전단지와 커피 티백.

“제가 만든 어플이에요. 한번 써봐 주세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들리기는 했으려나.

저 멀리 있는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켜질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아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못하겠답니다.

“어떡해요. 또 와요. 못하겠어요.”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별 거 아니에요.”

별 거 아니긴 개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도 쪽팔려 뒤지겠는데요.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게 무서웠습니다.

부끄럽게 내미는 손을 툭 쳐버리고 가는 사람들.
쳐다도 안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제발 받아만 줘라. 가입이고 뭐고 안 해도 된다.’
전단지를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거지들의 기분이 이럴까?

날씨가 추워지면 전단지를 돌리던 그날이 생각납니다.
그날 LG전자는 단 한 명도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정말 춥구나.

굴욕적인 날이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좋은 기억과 경험으로 남았습니다.